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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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최영미 시인은 ‘괴물(황해문화 겨울호)’이라는 시를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최영미 시인의 말하기는 한국 #MeToo 운동의 중요한 마중물이 되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은 국내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다가 지난 3월 2일이 되어서야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국의 한 출판사를 통해 “부끄러운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성추행을 부인했다. 또한 그는 “시인으로서 지닌 명예가 실추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글쓰기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폭로 이후 온갖 구설과 2차 피해에 시달렸다. 문학계 인사들은 피해자의 평소 행동, 성격 등을 문제 삼으며 피해자를 음해하고, 가해자를 비호했다. 한 시인은 “그녀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남발했다. 미투 투사들에 의해 다수의 선량한 문인들이 한꺼번에 도매급으로 매도되는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비난 받아 마땅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일부 언론들은 이를 부각해 보도했다. 

 

   한국사회에서는 #MeToo 운동으로 성폭력 피해 말하기가 지속되고 있다. 오랜 시간 침묵해왔던 사실들이 어렵게 수면 위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선 ‘미투운동이 이렇게 가선 안된다’, ‘미투운동은 진보진영에 대한 정치적 공작이다’, ‘00계 전체를 매도해선 안된다’, ‘미투운동으로 문화 행사에 차질이 생겨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등 각종 우려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자는 성욕을 못참고 ‘씨뿌리는 본능’을 가졌다’ 등 성폭력을 어쩔 수 없는 남성문화로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는 피해자들이 본격적으로 말하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입막음을 하려는 시도나 다름없다.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MeToo 운동에 대한 우려 보다는 주변의 성차별적 문화와 성폭력을 가능케 했던 구조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가해자들은 전혀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이어지는 가해자들과 주변인들의 반응을 보면 이 사회가 얼마나 성폭력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었는지, 성폭력을 가능케 한 구조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런 현실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가해자 고은의 바람처럼 한국에서 논란이 잠재워지고 그의 글이 세상의 빛을 보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남성연대의 온갖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용기 있는 말하기는 지속될 것이다. 우리는 지속적인 연대로 ‘남성’들의 강간문화를 끝장낼 것이다. 

   하루 전인 3월 4일, 제 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는 3,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성폭력 근절”, “#MeToo, #Withyou”등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성폭력이 만연한 이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열기는 대단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3월 4일 12시 30분 #MeToo 운동 이후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변화를 만들기 위한 <3.8 샤우팅>을 진행했다. <3.8 샤우팅>은 #MeToo 운동의 흐름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말하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에 대한 말하기일 뿐만 아니라, 함께 모인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을 확인하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말하고, 소리치고, 바꾸자’라는 제목으로 진행했다. <3.8 샤우팅>은 3월 4일 한국여성대회를 시작으로 전북, 대구경북, 경남, 경기 등 전국에서 릴레이로 진행될 계획이다.
  
   연대의 힘은 강하다. 혼자가 어렵다면 여럿이 힘을 모아 세상을 바꿀 것이다.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달라졌다. 달라진 우리는 너희들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 우리의 구호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변화를 만들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달라진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2018.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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