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17주기 성명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고

여성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라!!

 

2002129, 우리는 이날의 참혹한 희생을 너무도 생생히 기억한다. 유난히 추운 겨울날, 밖에서만 열 수 있는 잠금키로 출입문이 봉쇄된 상태에서 2층으로 대피하기 위해 연결된 계단으로 올라갔지만, 또다시 잠겨진 철문 앞에서 14명의 여성들은 모두 고단한 생을 마감하였다. 비좁은 통로와 사방으로 막힌 벽, 밖에서 보면 창문이지만 내부는 베니어합판에 벽지가 붙어있는 벽에서 성착취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던 여성들은 그렇게 세상과 작별하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32월 마침내 한 많은 화재 참사 건물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잘못된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조지 산티아나, 철학자)

 

개복동 화재참사는 벌써 17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전, 우리는 똑같은 현장을 마주해야 했다. 20181222, 서울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한 업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맹추위가 기승을 떨치던 날 2층짜리 건물에서 여성들은 또다시 화재에 속수무책으로 희생되었다. 화재 현장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그대로 난무하였고, 언론은 쇠창살, 감금이나 착취가 없이 다들 출퇴근하고 자유롭게 영업하는 곳이라 인권침해는 없다라고 강변하는 업주들의 말들을 받아쓰기했다.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는 사라지고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주체 없이 과거의 참사와 똑같이 무능한 대책만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이에 우리는 되묻는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고 변화했단 말인가?

 

망각의 역사는 어리석음을 또다시 되풀이한다. 성매매집결지라는 성착취 공간에서 일어난 반복적인 비극을 겪고도, 무대응과 무대책으로 일관한 국가와 사회는 언제든지 예정된 비극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수년간 현장에서 성산업 착취구조를 해체시키고 성차별적인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활동해 온 우리들은 분노한다. 되풀이되는 구조적 폭력 속에서 희생되는 수많은 성착취 피해여성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어디에 있는가? 국가와 사회, 그리고 지역공동체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뒤에야 이 땅의 착취적 공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17주년이 된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군산 개복동화재 참사의 역사를 기억/기록하는 여성·인권교육의 현장으로 되살려 내라!!

 

군산시는 개복동 화재참사 지역을 여성인권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라는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안전성문제로 화재참사 건물을 철거하고 난 이후 대안을 함께 만들겠다고 했지만, 막상 건물이 철거되고 나자 무관심, 무대책으로 일관하여 흉물스런건물 철거만 단행한 꼴이 되었다. 군산시, 전라북도, 정부, 국회 어느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 관심도 없고 대안을 만들려는 의지는 없이 시간만 흘러 보내면서 역사를 망각하고 삭제하고 있다.

 

오늘날 지역사회의 공간은 역사적으로도,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욕구, 역사적인 상징성을 모두 아우르면서 아픔과 고통의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하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그동안 여성과 아동,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역사 교육의 장, 인권의 공간으로 재탄생되도록 요구해 왔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로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고 여성인권의 역사가 새로 쓰인 과정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군산 개복동 주민들이 화재사건을 상처로서만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장, 인권과 평화교육의 문화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일에 함께하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과정이 될 것이다.

철거된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지역이 여성/인권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되어 지역사회의 변화와 역사 교육의 장으로 하루속히 재탄생시켜라!

 

2.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여성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확대하라!!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착취행위로 규정하고 성매매알선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성매매 집결지의 존재는 모순 그 자체다. 2002년 일어난 군산 개복동 화재사건과 2018년 일어난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은 우발적인 단순화재 사건이 아니다. 여성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착취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예정된 비극이다. 건축법을 위반했느냐?, 소방안전시설을 했느냐? 감금착취가 덜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접근은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면서 대안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사회는 아직도 착취의 공간인 성매매집결지 현장에 여성들을 남겨두고 있다. 40평도 채 되지 않는 면적에 방 6개가 좌우로 밀집해 붙어있는 구조는 성매매집결지 업소들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여성의 몸을 도구 삼아 최대의 이윤을 뽑아내려는 알선업자들은 집결지 개발과 폐쇄 움직임에도 24시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착취의 공간에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예정된 비극에 대하여 우리는 다시 한번 국가의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여성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확대하라!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이후 법제정으로 우리 사회는 큰 변화의 과정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국적으로 성매매집결지들이 버젓이 영업하는 상황에서 사회는 여성들에게만 그 책임을 묻고, 많은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인간으로 대접받고 살고 싶다는 여성들의 외침에 우리 사회가 대답하는 것은 성산업 확산을 막아내고, 성착취 피해자인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닌 비범죄화로 인권이 보장하는 대안 마련에 힘을 쏟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17주기를 맞이하여 군산 대명동, 개복동 화재참사 희생자를 비롯하여 성매매현장에서 살해당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2018년 서울 천호동 화재로 사망하거나 다친 여성들을 기억할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 개발업자들의 책임을 묻고 제대로 된 사법정의가 실현되도록 할 것이다. 더 이상 여성들을 죽이지 마라!

                               

                                                                                       2019129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 군산개복동기억공간 추진위원회 /

천호동 성매매집결지화재사건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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