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성평등한 방송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의미를 훼손하지 말라

성평등한 방송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의미를 훼손하지 말라

: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를 둘러싼 논쟁에 부쳐

최근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개정판)>은 방송제작자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가지고 성평등 가치에 대한 감수성을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해달라는 취지로 나온 것이다. 구체적으로,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주제 선정에서부터 성평등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를 균형 있게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삶을 보여줘야 한다, △성폭력·가정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선정적으로 다루어서는 안된다, △성차별적 언어 사용에 대한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는 등을 담고 있다. 그동안 방송이 성별역할 고정관념이나 성차별적 사고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여러 지적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해당 제작안내서는 가이드라인으로서 방송제작자들이 반드시 견지해야할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해당 안내서에는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 부록이 실렸다. 그를 통해 방송제작자들로 하여금 획일적인 외모 기준을 제시하는 연출 및 표현을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종종 ‘외모품평’이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되곤 한다. ‘작은 얼굴’, ‘하얀 피부’, ‘동안’, ‘얇은 허리’, ‘20대 몸매’ 등이 그렇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다만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니다”라는 내용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었다. 외모지상주의를 해소하고 다양성을 추구하자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예시는 아니었다. 문제는 이 하나의 예시로 인해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개정판)> 자체가 문제인 것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개정판)>를 두고 최전선에서 공세를 펴고 있는 쪽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다. 하태경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군사 정부 시절과 다를 게 없다”며 “(진선미)여가부 장관은 여자 전두환입니까?”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직접 밝힌 것처럼 제작안내서는 “검열, 단속,규제로 해석하는 것은 안내서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어 “외모에 객관적인 기준이 있습니까?”라며 “국민들의 주관적 취향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방송이 전면에 나서 여성들에게 획일적이고도 성별화된 외모기준을 강요하고, 이것이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해온 현실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그런데 언론은 하태경 의원의 문제적 발언을 비판하기는커녕 하태경 의원의 발언과 다름이 없는 보도 내용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 분야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환으로 제작된 안내서를 군사독재시절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한 두발단속이나 스커트 단속과 비교하는 국회의원과 이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들의 수준이 개탄스럽다.

특히 JTBC는 제작안내서의 내용을 앞장서서 희화화하고 있다. JTBC 기자는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개정판)>을 다루는 과정에서 “당장 <정치부회의>에도 걸리는 지침이 있다”며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 출연자, 성별로 균형 있게 대표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이어, “보시다시피 저희는 국장까지 4명이 남성이고, 신 반장 혼자 여성이다. 4대 1, 극남초네요. 아하 이를 어쩐다…”라며 “그냥 고 반장이 여장을 하는 것으로 하죠. 3대 2, 얼추 비슷해졌다”고 한다. 실제 한 기자는 긴 머리 가발을 쓴 채 등장했다. “내일도 최선을 하겠다”는 JTBC에서 뉴스의 성비불균형 문제제기를 조롱하는 것은 JTBC의 언론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저열한 성인지 감수성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다.

뉴스를 비롯한 방송이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뉴스의 경우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의 구도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보도국의 핵심이라는 정치부를 비롯해 중요한 부서로 인정받는 법조·사회 등의 부서에서도 여성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다. 뉴스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인터뷰 당사자 역시 남녀 비중이 차이를 보였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의 방송 성평등 권고안 역시 이를 그대로 담고 있다. 성평등 문제에 대해 언론사 자체적으로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한 때라는 얘기다.

우리는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개정판)>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엄중히 경고한다. 성평등한 방송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의미를 훼손하지 말라. 언론은 해당 안내서가 나올 수밖에 없는 방송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라. 성평등한 방송, 나아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9년 2월 21일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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