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내년 총선 앞두고 시민의 힘 모을 것”

“호주제 폐지 순간 잊을 수 없어
남은 건 제도와 현실 차이 극복
현정권 여성문제 역주행 슬퍼”

 

 

‘한국여성단체연합’ 16년 활동 마친 남윤인순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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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호주제 폐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처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제도 마련과 지속가능한 여성운동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써왔어요. 앞으로 여성운동의 과제는 이런 제도와 현실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성찰적 제도화’일 겁니다.”

 

지난 12일 이임식을 마지막으로 16년간의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활동을 끝낸 남윤인순(53·사진) 전 상임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호주제 폐지와 가정폭력 방지법 제정을 꼽았다.

 

“7년 동안 줄기차게 펼쳐온 폐지운동으로 50년 만에 호주제가 사라지는 순간을 국회의사당 복도에서 지켜보는데 감격스러웠어요. 가정폭력 방지법 통과 때 한 시골 할머니가 전화를 해서 ‘몇십년 동안 맞고 살았는데 기쁘다’며 울었던 순간도 잊을 수 없구요.”

1994년 여성연합 사무국장으로 시작해 2004년부터 상임대표을 맡았던 그는 89년 인천 일하는여성 나눔의집 간사 시절부터 23년째 여성운동에 투신해왔다.

 

교사를 꿈꾸며 77년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던 그의 삶은 79년 재단 비리 등을 비판한 학내 민주화운동으로 강제퇴학 당하면서 ‘투사의 길’로 바뀌었다. 80년 5월 광주항쟁 여파로 노동자 야학 활동마저 금지되자, 그는 인천 부평과 주안에서 봉제공장·전자공장 등을 전전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87년 6월항쟁 등을 겪으며 대중운동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88년 인천 일하는여성 나눔의집, 89년 인천 여성노동자회 등의 창립에 참여했다. “여성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권인숙 성고문 사건’을 두고 노동권 탄압이냐, 여성·인권 문제냐는 논쟁이 벌어졌을 때였어요. 여성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해내지 못하는 노동운동의 한계를 느꼈죠. 개인적으로 86년 출산 뒤 육아문제로 고민하면서 더 절실해졌고요.”

 

그에게 여성운동의 핵심은 여성노동권과 여성의 몸을 둘러싼 임신·출산·양육문제다. 97년 외환위기 이래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여성노동 빈곤화는 날로 심화됐고, 일·가정 양립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성문제의 양상은 시기마다 다를 뿐, 남녀의 차별이란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 여성문제는 역주행하거나 무시되고 있는데, 관점도 발언력도 없는 여성부는 아무 구실을 못하고 있지 않나요?”

 

애초 여성연합 활동을 마치면 재충전에 들어갈 작정이었던 그는 2012년 총선을 목표로 전국을 다니며 새로운 사회 재구성을 위한 시민정치 세력을 끌어모으는 일을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촛불집회, 두 전임 대통령의 서거, 지방선거 승리 등을 통해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는가 싶었는데, 지난 연말 국회 예산 날치기 사태를 보며 보다 근본적인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그는 “정권이 바뀌느냐, 아니냐를 떠나, 어떤 정권이나 자본세력이든 견제할 수 있을 만큼 민주시민들이 조직화돼야 장기적이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