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견서] 한국정부의 인신매매의정서 비준동의안 제출에 대한 의견서

한국정부의 인신매매의정서 비준동의안 제출에 대한 의견서

 

⦁ 제출처 : 대한민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 제출일 : 2014년 8월 5일

 

⦁ 제출단체 : 공익법센터 어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두레방쉼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 문의 및 연락처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02-3478-0259)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02-312-8297)

 

            

의 견 서

 

한국 정부는 2000년 12월 13일 ‘UN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 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방지, 억제 및 처벌을 위한 의정서(이하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에 서명을 한 후 비준을 하라는 시민사회의 요청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국제사회에서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13년 동안 비준을 미루어 왔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2014년 7월 10일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 비준 동의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위 의정서를 이행하기 위한 입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의정서를 비준하려는 것에 대해 우리들은 우려를 표합니다.

 

13년 동안이나 미뤄온 위 의정서에 대한 비준을 지금에 와서 하려고 하는 것을 볼 때, 정부가 2013년 인신매매에 관해 개정된 형법을 위 의정서의 이행입법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단체들과 시민사회에서는 2013년 개정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형법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의정서의 이행입법으로서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해 왔습니다.

 

1. 우유엔 인신매매 의정서는 크게 ‘인신매매자에 대한 처벌’과 ‘인신매매에 대한 예방’ 그리고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보호’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법률에는 위 ‘예방’과 ‘보호’와 ‘공조’에 대한 내용이 없고, ‘처벌’과 관련해서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신매매자를 제대로 처벌하기에는 그 구성요건이 매우 부족합니다.


2. 위 의정서는 착취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착취를 목적으로 사람의 이동과 관련된 여러 행위들을 인신매매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착취를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이동 시키는 행위로 말미암아 착취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착취 목적으로 사람을 이동시키는 행위의 불법성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정책적인 고려로 인한 것이다. 하지만 개정 형법은 이러한 입법 태도를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3. 위 의정서는 인신매매에 관한 포괄적인 정의 규정을 가지고 있다. 즉 성적 착취, 노동 착취, 장기 탈취 등 여러 불법적인 착취 목적을 가지고 상대방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는 등 위법한 수단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모집, 운송, 이송, 은닉, 또는 인수하는 행위를 인신매매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개정 형법은 위 의정서와 같은 자세한 인신매매 정의 규정 없이,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처벌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의해 형법상 인신매매 규정은 사실상의 지배를 요구하는 기존 부녀매매죄의 ‘매매’에 대한 협소한 해석에서 크게 달라지지 못할 것입니다.


4. 또 다른 문제는 아동의 경우에는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는 강제노동 등 착취의 목적으로 아동을 이동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그 사람의 취약한 지위를 남용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했는지 관계없이 인신매매로 본다는 조항이 있으나 형법에는 그러한 조항이 없으며, 위 의정서에는 상대방의 취약한 지위를 남용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한 경우에는 행위자가 의도한 착취에 대해 상대방이 동의를 하더라도 행위자의 인신매매 성립에 지장이 없다는 조항이 있으나, 이 역시 형법에는 규정이 없습니다.


5. 그렇기 때문에 2014년 초에 발생한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상으로는 인신매매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개정 형법에 의해서는 아무도 인신매매죄로 입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아가 최근 발생한 탈북여성들을 일본성매매업소로 모집, 이동시켜 성매매를 강요한 업주 및 브로커들도 인신매매죄가아닌 성매매알선죄만 해당되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위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입법조치로 “관련 국내법 정비 추진”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므로, 국회에서 위 의정서에 대한 비준 동의에 대한 조건으로 아래와 같이 위 의정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함을 다시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1. 착취 목적으로 사람을 사람의 취약성을 이용하는 등의 불법적인 수단으로 사람의 이동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가 인신매매라는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의 입법 태도를 받아들어야 합니다.


2. 우선 인신매매의 정의에 대해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 수준의 포괄적인 정의 규정이 반드시 적시 되어야 합니다.


3. 인신매매자에 대한 처벌 규정 이외에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보호규정과 인신매매 예방과 국제적인 공조 규정이 있어야 합니다.


4. 이행 입법의 형태로는 인신매매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 규정과 인신매매 예방과 인신매매자 처벌 뿐 아니라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까지 포함하는 특별법 을 제정해야 하며, 우선하여 이미 발의된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안’을 통과시켜 피해자들을 즉각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5. 나아가 형법을 재개정 하고자 할 경우 1) 피해자의 동의가 인신매매 성립에 지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고, 2) ‘사실상의 지배관계’적용을 막기 위해 사실상의 지배가 없어도 되는 이동, 은닉, 인도, 인수, 모집 행위를 인신매매처벌 조항에 추가함과 동시에 피해자의 동의가 있을지라도 인신매매가 성립한다는 점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2014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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