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성매매 여성들 생존권 요구의 딜레마

성매매 여성들 생존권 요구의 딜레마

[주장] 그들의 인권위해 탈성매매 조건과 기반 마련해야  – 정미례-

출처 : 성매매 여성들 생존권 요구의 딜레마 – 오마이뉴스

 

지난 4월 영등포 성매매집결지 시위를 시작으로 최근 춘천지역 시위(지난 5월 31일)까지 성매매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다 보니 당장 안 좋은 일이 발생할까 걱정스럽고 불안하다. 성매매여성들이 당장의 생계문제를 중심으로 생존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해답을 내놓고 빨리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사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단속은 당연히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온다. 이런 이유에서 대책마련은 뒷전인 채 영업하도록 묵인·방치해온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겉으로 평화롭게 지내온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2004년 이후만 보더라도 경찰은 단속을 하다가 업주가 반발하면 단속을 늦추고 문제가 생길 때만 개입하는 전략을 써 왔다. 업주들 또한 재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단속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철거 시까지 영업을 지속해왔고 철거 이후에는 이주비나 보상비를 받고 인근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영업을 지속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더 어렵다. 성매매현장에는 여전히 선불금에 성매매강요, 사채와 연대보증, 업주의 협박이 있다. 성매매여성을 통해 성매매를 입증하려는 경찰의 수사태도도 계속되고 있다. 성매매여성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를 통해 진정으로 그들의 인권이 보장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2007년도 유엔여성차별폐위원회에서는 성매매여성이 처벌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다보니, 그들은 오히려 법적 지원을 꺼린다. 2008년 이후로는 업주들이 7-8년이 지난 선불금 차용증을 가지고 민사소송을 걸기도 하고, 성매매여성들은 선불금을 대여금이나 사채형태로 바꾼 사채고리이자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물론,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채무는 무효지만 이것이 성매매와 관련 있는 돈(즉 선불금)임을 성매매여성들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업주들은 수년이 지나서 잊을 만하면 소송을 걸고, 집까지 찾아오기도 한다. 성매매에 몸담았던 여성들은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성매매방지법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업주들의 말이 법보다 위에서 작동되는 곳이 성매매현장이다.

그러다 보니 성매매 현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구조지원요청이 이어진다. 성매매를 그만두고 싶은데 업주가 무서워 그만두지 못한다는 여성, 업소를 벗어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여성들의 상황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집결지 여성들에게 성매매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성매매여성에 대한 구조에서 자활까지 국가책임으로 규정한 것이 성매매방지법이다. 집결지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피해여성이 더이상 성매매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와 지원의 책임을 국가가 지는 것이다.

이들 여성들이 당장 성매매를 그만두고 탈성매매에 이르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고 자원이 필요하므로 여기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것이다. 성매매로의 유입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지원대책만을 강조하는 정부정책 입안자의 관점보다는 성매매여성 당사자들이 원하는 요구가 더 적극적으로 고려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

“함께 일하는 여성들 가운데 좋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겠습니까. 병든 부모님과 동생 뒷바라지 때문에 생계를 위해 하는 것인데…일방적으로 몰아내지 말고 터전을 마련해주면 그곳에서 일 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성매매여성의 목소리에 공감한다면 일정 수준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방안(의료, 주거, 생계대책 및 가족문제해결, 사회안전망 확대 등)은 보다 구체화돼야 한다. 우리사회가 최소한 이러한 대안마련에 동의한다면 탈성매매를 위한 출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특별조치 등을 마련해 이번 기회에 획기적으로 성매매집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실적인 재취업이 보장된다면 언제라도 일은 그만둘 수 있다”는 성매매 여성의 말에 귀 기울여 일자리 확보와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일정기간동안 생활 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생존권 요구에 부응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

 

성매매 알선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해야

업주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위치를 정상화시키려고 한다. (그들은) 성산업인이 되어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사장님으로 행세하고 지역사회 유지가 되려고 한다. 그렇게 되려면 여성들은 성노동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성산업인과 성노동자라는 용어를 함께 쓴다. 그러나 성매매를 합법화한 나라조차도 성매매알선행위나 포주행위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고 형법으로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과 포주와의 관계는 제대로 말하지 않고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권을 전면에 내세워 성노동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그 진실을 뒤에 숨긴 업주들의 요구를 인정하는 것이다. 포주들은 현재 한터전국연합이라는 조직을 전면에 내세워 마치 무슨 단체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이들은 전국의 포주집단으로 성산업착취구조를 온존시키면서 여성들을 유입시키고 성매매근절은 불가능하다는 신화를 지속적으로 유포한다. 성매매방지법의 무력화에 앞장서온 집단이다.

그럼에도 마치 선량한 업주로 언론에 등장하면서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으니, 성매매특별법의 문제는 여전히 포주가 활개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걸 비판해야 맞는 것이다. 이들 업주들이 8년 동안 벌어들인 불법 수익에 대해 몰수·추징하고 업소를 폐쇄하는 것이 제대로 된 법 집행일 것이다.

그리고 몰수·추징된 불법자금은 그동안 여성들이 벌어들인 수입이니(통상 성매매집결지에서는 업주와 여성이 5:5, 6:4로 나누거나 방세를 내는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해 왔다) 여성들에게 되돌려주고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위한 지원으로 사용된다면 그나마 생계대책에 대한 대안은 나오지 않을까? 또한 그동안 몰수·추징된 금액을 성매매여성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신·변종이 늘어나니 집결지가 온존돼야 한다?

성매매특별법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면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이야기가 신·변종업소의 증가라고 한다. 가장 많이 나오는 주장이 ‘왜 집결지만 단속하냐?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음성화된 것이 신·변종으로 가거나 해외로 나가고 있다는 것’.

그러나 신·변종 성매매는 성매매방지법의 집행 때문에 확산되는 것이 아니다.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케 하는 다양한 영역이 성산업현장에서 발전하는 가운데 오히려 법이 변화하는 현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성매매집결지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법집행이 제대로 되었다라면 경찰청 추산 30개 지역이 넘는 곳에서 여전히 불법성매매영업을 해왔음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결국 성산업착취구조의 확산은 성산업 업주들끼리 서로 시장을 나눠가지면서 더 많은 수익이 발생하는 곳으로 자본이 여성을 이동시키면서 서로의 이권을 보장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법적 미비점으로 인해 신변종, 자유업종이 활개치는 가운데 행정처분을 통해 업소 폐쇄에 이르지 못하는 문제를 하루속히 개선해야 한다.

 

많은 여성들의 희생과 죽음을 넘어서는 대안 만들기

2010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포항남부지역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 7명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사채와 연대맞보증으로 인해 연쇄적으로 세 명이 자살했다. 이곳에는 유흥업소 업주들 모임인 ‘한마음회’가 있는데 ‘한마음회가 제멋대로 여성들에게 세금을 거두어가는 것에서부터 타 지역이나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까지 이곳 아가씨들은 거의 족쇄를 달고 산다’는 내용을 <시사저널>에서 보도하기도 하였다. 여성들은 선불금에 사채까지 떠안은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해 왔음을 죽음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처럼 성산업착취구조에서 많은 여성들은 성구매자들에게 살해당하고, 돈을 벌기는 커녕 늘어나는 빚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채로 인해 해외로 인신매매를 당한다. 성매매는 결코 직업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눈에 보이는 쇠창살이 사라졌다고 억압과 착취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더욱 교묘하고 다양한 억압의 고리들은 여성들의 자발성으로 포장된다. 결국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전지구적 성착취구조는 은폐되어 자발성은 여성책임, 개인책임만을 요구하면서 여성들을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성매매를 경험하고 탈성매매 과정에 있는 여성들을 힘들게 하지만 이들 여성들은 죽음과 편견, 낙인을 넘어선 자신들의 목소리로 사회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로 인한 피해는 성산업자와 국가권력과의 유착, 성구매에 대한 사회의 무한한 관용과 무관심, 그리고 성구매를 그저 접대와 놀이문화라고 생각하며 성매매여성만을 비난하는 모든 이들의 합작품이다. 폭력적이며 반인권적인 성매매 현실을 돌파하고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그들의 삶이 온전히 인정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 나아가 더 이상 여성들이 죽음으로서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에 대해 국가와 사회, 성구매 남성들에 성찰하고 반성해야한다.”(2010년 민들레순례단 활동중).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위해 우리사회는 탈성매매의 조건과 기반을 마련하고, 성산업 수요차단 및 여성의 몸을 이용하여 수익을 발생시키는 성산업 착취구조를 해체하는 활동을 해야한다고 촉구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입니다. 본 글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출처 : 성매매 여성들 생존권 요구의 딜레마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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