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목소리로 성매매를 말합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로 성매매를 말합니다”
[기획]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대담을 시작하며
<여성주의 저널 일다> 뭉치

 

성매매 여성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성매매특별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가리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인간의 성을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인가, 처벌이나 규제의 대상은 누구로 할 것인가, 성매매를 노동으로 보고 성
산업도 산업의 일종으로 인정할 것인가, 공창을 두어 국가가 관리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9년간 지속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위헌 심판대에 오른 상황에서 ‘성매매
현장에선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성 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다양한 개인들의 역학 구도는 무엇인지, 그 중에서도 약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경험은 어떠한지’ 보다 가깝게 들어볼 수 있는 대담이 열렸다.


3월 12,13일 양일 간 “무한발설”이라는 이름의 대담에 참여한
사람들은 성매매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이다. 이들은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라는 모임을 결성해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뭉치’는 성매매에 반대하면서, 또한 성매매 여성들이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


“거칠고 성난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고, 목까지 차오른 성매매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면서, <일다>에 기고한 대담 내용을 앞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


프롤로그 – 당사자의 이름으로
말하고 싶다

①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
② 성매매 현장, 상상도 하지마!
③ 피해와 처벌, ‘창녀’라는
낙인
ⓞ 에필로그


안전한 자궁과 같은 당사자 자조모임 ‘뭉치’

처음은 ‘실타래’로 시작되었다.

2006년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으로서의 갑갑함을 당사자끼리
모여서 풀어보자고 만난 첫 자리에서, 실꾸러미를 던지듯 한 사람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가슴에 맺힌 것들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그 자리는
자궁처럼 안전하게 느껴졌다. 함께한 이들의 눈빛만으로 “너는 알겠구나, 나를.” 하는 심경이 되어 눈물콧물 범벅이 된 채 그 자리에 모인 우리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래서
만들어졌다. ‘뭉쳐서 안 되는 게 어딨니-뭉치’ 모임이. 각자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서 당사자 자조모임을 만들었다. 자조모임들이 모여 뭉치가
되었다. 삶도 나누고, 성매매를 반대하는 활동도 하며, 매해 ‘따로 또 같이’ 새로운 뭉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각자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성매매 현장에서 가슴 아픈 사건이 생길 때면 달려가 추모의식을 하고 사회에 항의도 하였다.

▲ 작년 창원에서 성 구매자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여한 ‘뭉치’ 회원들.
© 뭉치

이제 뭉치는 좀더 우리의 목소리와 행동이 드러나길 원한다. 당사자들이 모여 스스로를 위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에서 나아가 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려 한다.


이제 내 안에 쌓인 경험들을 토대로 하여 “무한발설”이라는 이름의
대담을 통해서 세상을 향해 말 걸기를 시작한다.


“사회적으로 발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마루 (성매매 업소에서 6년간 일했고, 이제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가로 일한 지 8년째인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단순 명쾌한 삶의 자세를 지향하는 ‘뭉치’의
리더
.)


“뭉치는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의 네트워크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일단, 당사자들끼리 모여 우리 스스로의 힘을 키우고자 했어요. 조금 더 넓게는, 성매매에는
반대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이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즉 여성들을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뭉치는 전국 여덟
개 지역의 자조모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2006년에 처음 모인 이후부터 계속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2011년부터 뭉치는
‘당사자 네트워크’라고 이름을 붙였죠. 한마디로 말해 뭉치는 “우리의 존재가 실천이다”라고 주장하는 당사자
운동조직입니다.”


지음 (업소생활 4년, 그리고 반성매매 활동가로서 8년차인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외모와 성격,
그리고 능력 모든 면에서 ‘워너비’로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


“지역에서 당사자 모임을 할 때는 ‘당사자 네트워크’라고 하면 좀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냥 ‘자조모임’이라고 불러요. 회원들은 자신의 얘기를 안전하고 편하게 나누고 싶다는 욕구가 더
크니까요.


그렇지만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해서, 자조모임이란 명칭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있어요. 그래서 지역의 모임들은 다들 특색 있는
모임의 이름들을 갖고 있죠. ‘예그리나’, ‘보따리’, ‘키싱구라미’ 같은.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안에서 자조모임의 성격과 운동적인 면이
결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다 (성매매 업소생활 15년, 성매매 현장을 나온 뒤로 현장의 여성들을 상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눈이 바다처럼 깊고 맑은 아이로 보이는 게 소원이었던 한 시절을 보내고, 현재는 ‘평범한 여자’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중.)


“처음엔 그저 만나는 것만으로 치유가 되는 그런 모임이었어요.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우리가 만났다는 자체만으로 벅찬 감정을
느꼈어요. 만나서 뭔가를 해서가 아니라, 같은 경험들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그 결속 하나만으로도 말이죠.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도 많아지고, ‘개인에서
집단으로’ 뭔가 역량이 커지는 걸 느꼈죠. 이제 우리끼리만 이야기하고 마는 게 아니라, 성매매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우리가 말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가 영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요.”


성매매 반대하면, 당사자의 목소리가
아니다?!


심통 (성 산업에 유입되어 15년이란 시간을 성매매를 하며 살았지만, 최근 9년간은
성매매에 반대하는 활동가로 살아온 30대후반의 여성이다. 매 순간 ‘나는 아름다워~’ 하고 사무치게 외치며,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소망까지 품고 있다.)


“성매매 업소를 나오고서, 현장에서 언니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요. 정말 몸도, 정신도 힘들어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나도 ‘진짜 잘 버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곳에서 살아내 준 나 자신에게 고맙단 생각을
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답답할 때가 많은 거죠. 얼마 전에 성매매방지법이 위헌소송 제청된 것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에 갔어요. 공창제를 실시하라고 주장하는 쪽 패널이
‘여성들이 원하지 않냐’고 하면서 자꾸 그걸 근거로 대는 거예요. 자기 생각은 얘기 안 하고, 당사자들이 공창제를 원한다고 하는 거죠. 내가
당사자인데, 그리고 당사자로서 성매매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여성들이 공창제를 원한다고 하는 이야기만 들리는
거죠?


인터넷에서 공창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게시판을 봤더니, ‘여성들만 괜찮으면’ 성매매 자체를 인정하는 게 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여성들이 처벌받지
않으면, 당연히 남자도 처벌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바다: “나도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던 기간이 십 년이 넘는데 ‘죽을 고비, 힘든 고비
넘기면서 용케도 맨 정신으로 살아냈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요즘 사회 분위기를 보면서, 당사자인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을 발휘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우리들이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사람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행처럼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그런 얘기에는 모두들 ‘당사자’ 얘기라면서 마치 홀린 듯이 듣잖아요. 그리고 우리들이 하는 얘기는 무조건 ‘특별한 상황’이라고
치부해버리죠. 사실은 그 반대인데 말이에요.


특히 뭉치가 ‘여성단체’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성매매를 반대하는 주장을 하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답답해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노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는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말 거르지 않고,
자유롭게, 여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가지고 싶었어요.”


“불쌍한” 혹은 “나쁜” 여자란 낙인을
걷어내고


엠케이 (성매매 업소에서 8년간 일했고, 현재 영상기록을 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개인으로서의 나와, 영상감독으로서 나, 그리고 당사자운동을 하는 활동가로서의 엠케이로 잘 살아내는
중이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는 내가 원해서인 거고, 누가 성매매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라고 한 사람도 없어요. 그런데 내 경험과 너무나 다른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답답해져요. 물론 나도 내 경험이 다른 성매매 여성들 모두를 대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래서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걸 늘
주저하게 되죠.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이야기와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너희들은 안돼’ 라는 생각을 깔고 있는 게 아닐까요? 거기에 이미 편견과 낙인이 있는 거라고
봐요.


나는 영상을 만들 때가
가장 편해요. 내 느낌과 경험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언론에 인터뷰를 할 때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내 이야기를 달리
해석하거나, 모두의 이야기로 일반화할까 봐 그렇죠. 저도 검열 없이 편하게 나의 ‘힘’을 가지고, 내 ‘식’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로서 이
대담에 참여한 거예요.”


지음: “성매매에 대한 세상의 이야기들 속에,
우리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것이 갑갑했어요. ‘당사자’라고 하면 마치 ‘성노동’이라는 개념을 쓰는 정말 소수의 사람들 얘기만 부각되고 있죠.
나의 경험과 또 다른 여성들의 경험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성매매를 반대하는 우리는 “불쌍한 여자들”이거나, 혹은 “나쁜 것들”이라는 식으로
취급되는 게 화가 나요. 우리가 주장하는 내용은 ‘여성단체’의 입장이라는 식으로, 그 이름에 가려지는 거죠.


‘뭉치’는 우리 존재만으로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앵무새처럼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거칠고 성난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 2006년, 성매매 당사자들의 모임 ‘뭉치’가 만들어진 지 벌써 7년째 되고 있다. 자조모임으로 시작하여 자신감을
갖게 된 회원들이 2011년에는 ‘뭉치’의 활동을 알리는 영상도 만들고, 작년 11월엔 시민사회의 다양한 분들과 함께 집담회도 진행했다. 앞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