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세계적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대의원총회를 통해 '상호 간에 합의된 성매매'에 대해서는 처벌 대상에서 전면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의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비범죄화 결정에 대해 그들이 가장 강조한 측면은 바로 “성노동자들의 인권보호”였다.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학대'와 '폭력'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비범죄화'를 결정한 것이다. 국제 앰네스티는 성노동자들이 정신적·육체적인 폭력, 임의적인 체포, 구금, 인신매매, 강제적인 에이즈 검사와 의료 처치 등에 노출돼 있고, 의료 서비스와 주거서비스, 그 밖의 사회적/법적 보호로부터도 배제돼 있으며, 착취, 폭력 등으로부터 '합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GG”(이하 지지)는 성노동자들의 노동권, 생존권 등 각종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성노동자 인권운동단체로,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앰네스티의 “성노동 전면 비범죄화”라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바이다. 이에 아시아태평양 각국 성노동자 인권운동 활동가들을 초청, 성노동자들이 처한 인권 상황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성노동자의 인권과 성매매 정책

이번 아시아태평양 성노동자 인권 포럼에는 호주의 <스칼렛 얼라이언스>, 대만의 <코스와스COSWAS>, 일본의 <스와시SWASH>가 지지와 함께해 주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성노동자의 인권과 성매매 정책’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지지>는 ‘한국 성노동자 인권실태와 비범죄화 방향’를 발표한다. 이에 함께 해 준 해외단체들은 성매매가 합법화 혹은 제한적 합법화가 시행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자국의 성노동자들의 인권 상황과 성매매 정책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대만의 <코스와스>는 ‘대만 성매매 합법화 이후의 비범죄화 방향’에 대해 일본의 <스와시>는 ‘일본 성노동자의 인권 현황과 비범죄화 방향’, 호주의 <스칼렛 얼라이언스>는 ‘호주의 성매매정책과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성노동자의 인권 현황’을 주제로 삼았다. 이번 국제 앰네스티의 성노동 비범죄화 결정을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각국 비범죄화 방향을 살피고, 지속적으로 성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뜻깊은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성노동자의 인권을 생각해볼 수 있는 다큐 영화 상영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집창촌이 하나 둘 사라져 가면서, 영등포 역시 신세계백화점과 타임스퀘어가 들어선 이후 도시정화란 명목 하에 폐쇄 위기에 처했다. 이에 생계를 위협당한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유예기간>(김경묵, 기진 감독)과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은 성노동자들과 피해자도 될 수 없었던 매춘부출신의 위안부 문제를 교차시키며 기억에서 사라진 이야기들을 펼쳐놓은 다큐멘터리 <레드마리아2>(경순 감독)를 통해 성노동자의 인권문제에 대해 여러 시각에서 현실감 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상영을 마치고 감독과의 대화도 준비되었다.

 

 

한국 성노동자 인권 현황을 살피고 나아갈 바를 고민해 봐야

한국, 대만, 일본, 호주의 성노동인권운동 활동가 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매매특별법으로 기본적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는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성노동자들은 성매매방지법으로 인해 경찰 단속으로 일상적으로 생계 위협과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으며, 매 년 수십만 명이 검거되어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2004년 9월23일 시행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성노동자들의 인권은 그 설자리를 잃고 말았다.

성노동자들이 사회적 편견과 근거 없는 비난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성매매특별법은 그러한 성노동자들을 아예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의 성매매특별법은 성노동자들이 일을 한다는 이유로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성노동자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구매자 또한 처벌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생계를 위해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것은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마땅할진대 오히려 경찰의 단속을 두려워해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게다가 성노동이 불법인 상황을 이용해 성노동자를 위협하고 폭력을 가하는 구매자들이 있어 성노동자들은 그야말로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11년, 정부는 그 동안 개발논리에 따른 집창촌에 대한 무차별적 철거와 자활과 지원이라는 미명 하에 성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수행함으로써 그들의 생존권을 짓밟아 왔다.

 

무엇이 진정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법이란 말인가?

성노동자들은 단속의 대상이 아니며,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위협과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또한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법의 보호 아래 존중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성노동자만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만을 처벌한다는 것은 판매자에게 서비스를 팔지 말라는 말과 같다. 성노동자를 처벌한다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이자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 또한 성노동자들을 더욱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할 것이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성매매특별법 위헌제청에 관한 공개변론을 연 바 있다. 인간의 성행위에 대해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며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고 이 가운데 성매매특별법은 변화된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제청이유를 밝히고 생계형, 자발적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처벌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시작이다.

그 첫걸음을 떼고 있는 상황에서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자율권, 건강권, 안전보장 등 포괄적인 “성노동자 인권”에 관한 논의를 바탕으로 “성노동 비범죄화”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아야할 때이다.

[출처] 홍보하실 때 긁어서 쓰세요~ (비공개 카페)